"남한 드라마 보면 이름 주소 직장까지 공개…北 처벌 수위 최고조"

입력 2023-10-26 15:39   수정 2023-10-26 15:46


"북한 당국이 내부 주민들만 듣는 '제3방송'에서 남한 드라마나 콘텐츠를 본 사람들의 이름, 주소, 직장까지 방송하며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상용 데일리NK 조사분석 디렉터는 26일 통일부가 주최한 '2023년 북한인권 상호대화' 6차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공개처형 등을 집행한 결과 북한 외부 정보 유입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당국은 한국 문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국 콘텐츠 시청과 유포의 형량이 각각 최대 징역 5년, 10년이었는데, 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콘텐츠를 보거나 유포하면 형량이 최대 사형에 이르게 됐다. 가족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그 가족까지 연좌제로 처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디렉터에 따르면 이 법이 채택된 이후 이듬해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 인원이 전년 대비 2만3400명 증가했다.

이 디렉터는 "남한 드라마 시청이 적발되면 상위기관인 국가보위성에 이관되는 비율이 30%에서 70%로 증가했다"며 "뇌물도 통하지 않고 가중 처벌 받을 가능성 또한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민 수도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남한드라마 60여 편을 보고 탈북했다는 한 탈북민 A씨는 "북한에 본격적인 경제난이 발생한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드라마는) 북한 주민들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삶의 구심점이 됐다"며 "간부 자녀들도 많이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보내는 외부정보의 양을 대폭 확대하는 '정보의 홍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디렉터는 "라디오 확충 전략, 위성을 통한 정보전략, 밀수를 통한 SD카드 제공, 대북풍선, 확성기 방송 재개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강채연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북한에서 외부정보의 영향력은 단순히 북한체제 본질에 대한 인식과 자신들의 삶의 재발견,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를 넘어 그들 삶의 질을 바꾸는 의미"라며 "(북한 정권은) 엘리트와 주민들의 일상의 정보를 획득하고 그에 따른 감시 통제 차단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그간 정권이 바뀌면서 어떤 정부도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것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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